주식의 역사: 17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주식이란?

주식(株式, 영어: share, stock)은 분산출자를 바탕으로 성립한 회사의 자본(자산과 부채)을 구성하는 단위이며 그것을 나타내는 유가증권(有價證券, 가격이 있는 증거 서류)을 뜻합니다. 예를들면, 개인이 삼성전자와 같은 특정 회사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일정 기간마다 투자금에 비례한 이득, 즉, 배당을 받거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즉, 삼성전자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1000만원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받고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다른말로 1000만원의 비율 (2023년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471조이니, 약 0.000002%)만큼 삼성전자를 소유하게 됩니다.

주식
주식의 역사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주식회사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살아갑니다. 예를들면, 회사원들은 대부분 주식회사(상장이든 비상장이든)에 소속되어 월급을 받습니다. 학생이나 주부같은 소비자는 주식회사가 만들어 파는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축구와 야구 그리고 E-Sports와 같은 각종 프로 스포츠 또한 주식회사의 돈으로 운영됩니다. 뿐만아니라, 2023년 현재 증권계좌 수가 6300만개에 달할 정도로 주식투자는 보편화됐습니다. (관련 기사)

절대 주식 투자를 안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재산의 상당부분은 주식에 투자하는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과 보험을 통해 전 세계 주식회사들에 간접 투자되어 있습니다. 현대 대한민국 국민의 삶은 이렇게 주식이라는 제도에 촘촘히 얽혀있습니다. 미래에는 주식과 주식회사의 사회적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우리는 주식회사와 주식이 뭔지 이해해야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이고 금융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도 ’주식’이라는 글자의 뜻이나 유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주식의 주株는 나무그루터기 라는 뜻이고, 식式은 법, 형상이라는 뜻입니다. 이말은 일본 에도시대(1603년~1868년)의 동업자 조합을 뜻하는 가부나카마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집니다. (참조: 석승훈, [경영학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위즈덤하우스 2014).

주식의 역사

오늘날과 같은 주식회사와 주식의 거래는 17세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증권거래소에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ereenigde Oost-Indische Compagnie, VOC)의 주식이 거래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세계최초의 거래소인 암스테르담 거래소는 1611년 시내 중심의 한 운하 위에 지어졌는데, 지반이 가라앉는 문제로 19세기에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현재 남아있는 건물은 1903년에 완공된 세번째 건물로, 핸드릭 베를라흐라는 유명 건축가가 설계했습니다.

주식의 역사;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범선
주식의 역사;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범선 실물
주식의 역사;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화폐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와 증권거래소

동인도회사 주식과 암스테르담 거래소의 주식 거래에는 다음과 같은 네가지 특징이 있었습니다.

첫째, 주식증권이란 개념이 없고 주주들의 이름과 지분을 기록한 장부만 있었습니다. 주식의 소유권을 이전할 때도 종이로된 증권을 주고받는게 아니라 장부를 고쳐 쓰는 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종이형태의 증권이 나타나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입니다. 이런 거래 방식에서 17세기 주식거래는 21세기 주식거래와 비슷합니다. 종이로 된 장부를 고쳐쓰느냐, 거래소 컴퓨터 서버에 기록된 장부를 쓰느냐의 차이일뿐 현물 증서의 이동은 없었습니다.

둘째, 주식회사의 초창기에는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개념도 없었습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ereenigde Oost-Indische Compagnie, VOC)의 어떤 주주도 경영권을 요구하거나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동인도회사의 주주는 몇년에 한번 씩 무역선이 돌아오면 나눠주는 배당(돈, 금, 은, 또는 향신료)을 받는 투자자에 불과했습니다. 주주총회도 없고 회사의 실적공시도 없었습니다.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개념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이고, 이것 또한 상법에 의하면 엄밀히 말해 틀린 개념입니다. 현대의 상법에는 주주가 주식회사의 주인이라는 규정은 없습니다. 법적으로 주식회사, 즉 법인(法人)은 독립적인 인간으로 누구의 소유물도 아닙니다. 법인은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법인 그 자체의 이익을 위해 존재합니다. 예를들어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의 자체의 이익, 즉 매출과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엄밀히 따져서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 아닌 주식증권의 주인일 뿐입니다.

셋째,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초기의 주식거래는 회사의 지분이라는 현물이 아닌 선물, 즉 파생상품 거래가 주를 이뤘습니다. 흔히 파생상품 거래는 최근에 생긴 것이며, 월스트리트의 천재 퀀트들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자면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 시절부터 파생상품 거래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아마도 주식거래가 불편하기도하고 동인도회사의 무역산업이 태풍이나 전쟁 등의 불확실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넷째, 주식 거래는 정부의 법이 아니라 상인들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졌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현물을 담보로 하지 않는 선물 거래(무차입 거래)는 불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은 거래의 편리성 때문에 현물 없이 자신들의 신용을 바탕으로 선물 거래를 계속했습니다. 만일 누군가 선물 거래에서 큰 손해를 봐서 도저히 대금을 지불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경우 법원에 가서 거래를 무효화할 수도 있었습니다만, 상인들의 커뮤니티에서 신용이 바닥에 떨어질 것을 각오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오늘날의 증권거래소의 상징에는 황소와 곰이 있습니다. 황소는 강세장(Bull market, 뿔로 들어올리므로), 곰은 약세장(Bear market, 앞발로 내려 찍으므로)을 의미합니다.

한국 최초의 주식회사와 증권거래소

한국 최초의 증권거래소는 일제시대 때 조선취인소(朝鮮取引所)라는 이름으로 1922년 서울 명동 중심가에 건립됐습니다. 당시에는 남대문부터 을지로와 명동 일대가 상업의 중심지 였습니다. 그런데 1979년에 한국거래소(당시 이름은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여의도로 이사를 가면서 신축비용이 모자라 이 건물을 팔았습니다. 이후 몇 번 주인이 바뀌었고 2005년 한 부동산 개발사가 건물을 철거해버렸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아누르보 센텀’이라는 상업용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조선에 주식회사 제도가 처음 소개된 것은 1880년대입니다. 유길준, 김옥균같은 개화파 인사들이 앞장섰고, 특히 김옥균은 1883년 한성순보에 기고한 글 ’회사설 會社說’에서, 주식회사 덕분에 서양이 동양보다 부강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불특정 국민의 돈을 모아서 큰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제도가 과거에는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조선에도 여러 주식회사들이 설립됐습니다. 그중 1899년에 설린된 천일은행 (현 우리은행)은 현존하는 한국의 가장 오래된 주식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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